엄지용 Eom Jiyong
Q. 왜 쓰는가?
순간들을 잊을까 무섭고, 잊기 싫어 쓰기 시작한 것 같다. 그게 습관이 되었다. 기억에 없는 순간들은 결국 어디서도 찾을 수 없으니까. 그렇게 소멸되는 순간들이 두려워 기록을 남긴다. 그리고 ‘쓰기’ 자체의 힘을 믿기도 한다. 쓰다 보면 내가 쓰고 있는 그 주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무엇을 쓴다는 것은 무엇에 대해 깊어지는 것이라 여기게 되었다. 지금 이 질문에 대한 답변 역시 마찬가지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내가 ‘왜 쓰는가’를 쓰려고 하다 보니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깊어지려 쓴다.
Q.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
‘무엇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저 살다가 쓰고 싶은 순간이 생기면 쓴다. 쓰고 싶은 순간, 쓰고 싶은 감정이 생기면 어떻게 써야 내 감정을 잘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어떤 감정은 비유해야 드러나고, 어떤 감정은 직설적이어야 드러나더라. 내가 드러내고 싶은 감정을 정해두고, 혼자 이렇게 저렇게 써본다. 있는 그대로 일기를 쓰듯 써보기도 하고, 극본을 쓰듯이 가상의 상황을 정해두고 그 상황을 중계하듯 쓰기도 한다. 그러다 이정도가 최선이라 여겨지면 그 버전을 남겨둔다.
Q. 작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솔직함. 그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작품이란 창작자의 생각을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작품 = 창작자(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작품을 대할 때 그걸 만든 사람, 쓴 사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들을 좋아한다. 나 역시 나의 작품에서 내가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길 바란다. 내 작품을 읽고, 독자가 ‘이 작가는 이런 사람일 것 같아’ 라고 생각했다면, 정말 내가 그런 사람이길 바란다.
Q. 글쓰기에서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내 호흡으로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읽는 사람이 어떤 속도, 어떤 호흡으로 글을 읽느냐가 어떤글의 느낌을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글도 그 호흡 때문에 다른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쓴 시는 내가 읽는 호흡으로 독자들도 읽어줬으면 좋겠다. 물론 그걸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최대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문단 구성과 쉼표 사용, 띄어쓰기 등을 의식하는 편이다. 가끔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을 쓰거나 띄어쓰기 등을 일부러 틀리게 쓸 때가 있는데, 그것도 이를 위해서다. 쓴 사람의 호흡과 읽는 사람의 호흡이 같다면, 그만큼 그 글과 그 시가 담은 느낌이 더 잘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를 쓴 내 호흡과 같은 호흡으로 읽히는 시들을 쓰고 싶다.
Q. 지금의 일에서 성공이라 여길만한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어떤 성공이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1차적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결국 써내는 것자체가 성공이다. 써낸 작품을 누군가에게 소개할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성공이다. 내 작품을 작품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성공이다. 성공의 모습은 다양하다. 특별히 성공의 모습을 하나로 규정지어 놓지 않는다. 별로라고 생각한다.